'아시아 금융허브'의 추락…홍콩 고급인력 대거 탈출

입력 2022-02-17 17:44   수정 2022-02-18 01:15

홍콩 최고의 시장규제 기관인 증권선물위원회(SFC)에서 직원들의 ‘엑소더스(탈출)’가 심화하고 있다.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SFC가 이민 혹은 이직을 택하는 직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SFC가 이달 초 입법회(의회)에 제출한 예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직원 중 12%가 퇴사했다. 전년(5.1%)보다 이직률이 약 2.3배로 급등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니어급 직원의 퇴사다. 이들 중 약 25%가 지난해 SFC를 떠났다.

금융시장 환경은 점점 복잡해져 SFC 직원들의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 신청이 급증했고, 디지털 자산이 출현해 조사 대상이 확대됐다. 지난해 SFC에 남은 직원들은 일손이 달려 하루 12시간씩 일해야 했다고 한다.

애슐리 앨더 SFC 최고경영자(CEO)는 의회 증언에 나서 “직원 이직률이 높아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호소했다. SFC 조사를 받기로 돼 있던 한 회사는 1년 뒤에서야 조사 계획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조사를 맡기로 한 담당관이 잇따라 SFC를 떠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SFC뿐 아니라 홍콩 전반적으로 ‘브레인 드레인(두뇌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중국의 정치적 탄압을 피해 이민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난 데다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해외 인재 영입이 어려워진 것이다.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가 작년 10월 주요 회원사 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90%가 홍콩에서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인력이나 기능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SFC는 인력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급여를 4.5% 인상할 방침이다. 하지만 SFC 안팎에서는 “이 정도 임금 인상으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업무와 관련된 고위직 인력 소개를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세이지의 입 펑메이 상무는 “홍콩은 생활비가 너무 비싸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조기 퇴직한 뒤 해외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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